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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rchy의 Japan Life

일기) 수염 - 2019.07.21 본문

Daily Life/Diary

일기) 수염 - 2019.07.21

AnarchyKR 2019. 7. 21. 03:13



어렸을 때의 일이다.

아버지는 일이 바쁘셔서 항상 집에 늦게 들어오셨다.

그런 것이 늘 미안했는지, 아버지께서는 집에 들어오시면서 과일 같은 간식 거리를 사들고 들어오시곤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아버지가 과일을 들고 집에 들어오시면

나는 그런 아버지에게 달려가 얼굴을 부비부비 하곤 했다.

하루종일 고생하신 아버지의 얼굴을 덮고 있던

까끌까끌한 그 수염이 정말로 좋았다.

아버지께서 사오신 과일을 먹으며 어머니까지 함께

셋이서 이야기를 하며 보내는 밤이 정말로 좋았다


시간이 흘러서

늘 올려다만 봐야했던 아버지를

어느샌가 내려다 봐야할 정도로 커버렸다.


그리고 오늘 우연히, 생각없이 수염을 깎기 직전에 턱을 만지작만지작 하다가

내 턱의 그 까끌까끌한 감촉에서

아버지를 느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샌가 이렇게 커버렸구나' 하는..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어린이와는 어느샌가 점점 멀어지고

나도 내 자신을 스스로 책임져야하는 어른, 아니 어른이가 되어있었다.


아버지가 안 계신 것도 아니다.

오히려 너무 건강하셔서 그 에너지를 주체 못하신 나머지 등산,골프 같은 운동을 열심히 하신다.

전과 똑같이, 퇴근 하실 때 간식거리를 사오셔서 드신다고 어머니에게 들었다.


근데, 오늘따라 아버지가 너무 보고싶다.

아버지의 턱을 만지며

"까끌까끌해"라고 하며 웃고싶다.

어느샌가 어른이가 되어버렸지만

오늘만큼은 때묻지 않았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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